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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2월 가족들과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찾은 창신동의 '창신동숙'.

집에서 출발해 한 시간도 안되 도착한 창신동은 기억에 쏙 박힐 정도로 색달랐다.

 

창신동숙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했다. 여러 한옥집을 찾다가, 엄마Pick으로 결정되었다.

과거 채석장이 있었던 곳이라 돌이 많고,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했다. 운전과 주차가 어려울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아빠의 노련한 운전 실력 덕분에 큰 문제 없이 다녀왔다.

잠깐이었지만,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길을 생각하고 있으면 오금이 저린다.

그런 곳에 주차를 하는 동네주민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빠도 이런 길은 처음이라며 엄청 긴장한게 눈에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니 잠깐 옛날 생각이 났다.

 

신림동 고등학교에 엄마가 데려다주다 길을 잘 못 들어 가파른 골목에서 이도저도 못했던 추억이 있다.

엄청난 내리막길에서 후진해 그곳을 벗어났는데, 진짜 너무 무서웠다.

근데 너무 무서운 티를 내면 엄마가 실수할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이번에도 너무 무서웠는데 티를 내면 아빠가 더 흥분할까봐 가만히 조용히 있었다.

다들 아마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 같다.

다행히 주차장은 평지의 넓은 공용주차장이었다.

 

체크인하기 전, 장을 보고 식사를 할겸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시장으로 걸어갔었다.

이곳은 매운족발이 유명한데 고민하다 엄마가 이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안 찾아봐도 맛있을 것 같은 맛집 포스가 풀풀 났다.

역시나 대박이었다.

반찬도 많고, 너무 맛있었다.

쌈밥정식이랑 굴비정식을 시켰는데, 잘 시킨 것 같다.

쌈채소랑 찌게, 삼겹살 넣은 볶음이 나왔고, 굴비는 인원수보다 많이 주셔서 밥 한공기를 뚝딱해치웠다.

식사중에 아빠가 물이 특별한 물인 것 같다고 했는데,

사장님이 다른 손님과 대화하시는걸 엿듣다 알게 되었다. 무를 뻥뛰기 기계에 넣어 구운걸 끓여주신 거였다.

아빠 말씀으로는 무말랭이랑 곶감이 보약이라고 한다.

인심도 좋으시고,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파시는 것 같아 다음에 또 찾아오고 싶었다.

 

밥을 먹고, 족발과 이것저것 장을 본 다음 숙소로 걸어올라갔다.

뚜벅이들은 많이 힘들 것 같다.

거의 다 올라갔을때 물을 사가야된다는걸 알게되서 동생과 다시 내려가 편의점에서 물을 사왔다.

이 동네 사람들은 뭐 사러 갈때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젊은 사람들은 운동이라 생각하고 할 수 있겠지만 어르신들은 무릅 아파서 왔다갔다 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물까지 사서 올라가니 체크인 시간이 30분 남았었다.

 

엄마, 아빠 고생시키기 싫어서 동생이랑 사전답사하고 오겠다고 얘기하고 집을 찾으러 나섰는데,

엄마, 아빠가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집 찾는게 어려워서 동네를 마구마구 돌아다녔다.

가파른 동네다 보니까 거의 등산이었다ㅋㅋㅋ

근데 충격적이게도 숙소는 주차장 아래 집이었다. 우리는 계속 주차장 윗동네를 찾아다녔는데...

지도를 뚫어지게 보다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고생스럽긴 했지만 어쩌다 보니 동네 구경을 하게 된 것 같아 좋았다.

걸어다니면서 이 집은 어쩌네, 저 집은 리모델링 했네,,이런 얘기를 하는게 재밌었다.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호스트님이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집에서 들고온 짐은 일단 차에 두고 집 구경을 했다.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보이는 공간이다.

생각했던것 보다 아담하고, 생각했던것처럼 차분한 공간이었다.

 

주방은 우려와 달리 요리하는데 불편함 없을 정도로 넓었다.

인덕션도 무려 4구짜리였다. 아쉬웠던건 주방 도구가 불편했다.

집게는 악력기(?)처럼 잘 안 접혀져서 담오는 줄 알았고, 후라이팬은 바닥이 동글동글해 인덕션에는 맞지 않는 모양새였다.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편하고 넓어서 좋았다.

 

거실에는 이케아 쇼파랑 보스 스피커가 있었다.

오래된 스피커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오래되다 보니 잔고장이 많아 사용을 못한다고 했다.

대신 보스 스피커가 있어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사용법을 잘 몰라 인터넷에 검색해 연결했는데, 사용법을 알려주시면 편할 것 같다.

이케아 쇼파는 아래 칸을 쭉 빼서 쇼파배드로 만들수 있는 제품이었다.

저녁 먹기 전 다 같이 누워 석양을 구경할때 편안하게 잘 사용했다.

 

거실 벽에는 커다란 물고기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아마도 직접 그려서 붙이신것 같다.

투박하고 장난스러우면서 이 집의 메인 감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맘에 쏙 들었다.

 

포스터 반대편에는 또다른 대형 포스터가 있었다.

바로 창신동의 마을뷰.

발코니가 있어서 야경을 보기가 좋았다.

아빠랑 엄마도 한참 밖을 구경하셨다. 오래되고 골목골목 빼곡히 채운 집집들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다.

어쩌다 이 척박한 곳까지 왔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로 된 절벽 위에 지어진 집들도 있었다.

마치 바람에 몸을 실어 어쩌다 정착하게 된 민들게씨처럼,

아슬아슬한 절경에 집을 짓고 살아간다는게 나에게는 낯섦과 무서움, 그리고 낭만으로 느껴졌다.

 

저녁으로 시장에서 사온 고기를 구워 스테이크를 만들고, 바지락이 들어간 토마토 파스타와 집에서 싸온 야채곱창과 족발을 먹었다.

족발은 매운족발을 살걸 후회했다. 그냥 족발은 별로였다.

스테이크는 인덕션으로 구워야해서 걱정했는데 고기가 맛있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와인도 샀는데, 완전 맛있었고 알딸딸했다.

 

배부르게 먹어서 소화시킬 겸 옷을 단디 챙겨입고 다같이 낙산공원으로 길을 나섰다.

구불구불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 드디어 낙산공원에 도착했을때 등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완등!!

엄마는 체력이 부족해 많이 힘들어했다.

낙산공원에는 사람이 꽤 있었다. 사진 찍고 걷다가 비가 오는 것 같아 서둘러 돌아갔다.

아빠가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 빨리가는 길을 알려줬는데 내가 못미더워 지도가 알려주는데로 찾아갔다가 알게 되었다.

아빠 말대로 굳이 바닥(시장쪽)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거의 다 와서 보니까 아까 낮에 헤맸던 주차장 윗쪽길로 갔으면 힘들게 안 갔어도 됐었다.

다행히 아빠의 어드바이스덕에 출발할때보다 덜 힘들게 왔다.

이럴때보면 길없는 산을 잘 돌아다니는 아빠의 방향 감각이 신기하다.

긴 산책을 마치고 순서대로 샤워를 했다.

창신동숙은 화장실은 두 개지만 샤워하는 공간과 용변보는 공간이 나눠져 있었다.

수압이 강해서 동생이 아주 만족을 했다.

온수를 오래 사용하면 다음 게스트가 사용할 때 찬물만 나온다고해서 신경이 쓰였다.

구옥에 살면 신경쓸게 많겠구나 싶었다.

 

따뜻한 방에서 다같이 누워 잘 자고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오후에는 엄마랑 내가 일을 해야되서 서둘렀다.

바쁘게 준비하고 나가는 문을 여니 아쉬웠다.

다시 일상속으로 빠르게 흘러가는구나 싶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때문에 우리가족 몸고생, 맘고생 많이 했다.

뉴스에서 처음 우한바이러스에 대한 내용을 보고 가볍게 생각했을때가 기억났다.

이렇게 일 년이 지날줄이야...어느덧 마스크는 익숙해졌고 과거의 생활 양식들은 흐릿해졌다.

작은 이슈라고 여겨졌던것은 인생의 흐름을 바꿔놨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을 호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2020년에 가장 많은 자기개발과 자아성찰을 했다.

불안감은 실행의 연료가 되었고, 안정적인 삶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생겼다.

2021년에는 2020년에 느꼈던 것을 소중히여겨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더 큰 재난으로부터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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